♥ 마음이란
마음이란 참 이상하지요
나는 여기 있는데 천 리 밖을 나돌아다니지요
나는 가만히 있는데 극락도 만들고 지옥도 만들지요
장마철도 아닌데 흐려졌다 맑아졌다
부뚜막도 아닌데 뜨거워졌다 차가워졌다
온도계도 아닌데 높아졌다 낮아졌다
고무줄도 아닌데 팽팽해졌다 늘어졌다
몸은 하나인데 염주알처럼 많기도 하지요
소를 몰듯 내 몸을 가만 놔두지 않게 채찍질하다가도
돼지를 보듯 내 몸을 살찌우게 하지요
마음 문을 열면 온 세상 다 받아들이다가도
마음 문을 닫으면 바늘하나 꽂을 자리 없지요
-원성스님의 마음-
♥ 마음 그릇
나의 방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그릇이 있습니다
나쁜 그릇만 먼저 골라 쓰다 손에 익어 더 쉽게 쓰이고
가까운 사람 만나면 귀가 떨어져 나간 그릇도 그냥 쓰고
좋은 그릇은 거의 꺼내지 않으니 쓰려면 망설여지고
손님 올 때만 살짝 꺼내 쓰니 평소에는 있는 것도 모르고
그러다보면 쓰던 그릇만 버릇처럼 자주 쓰게 됩니다.
내 안에는 여러 가지 이름의 마음그릇이 있습니다
안 좋은 마음그릇은 쉽게 튀어나와 그게 만성이 되어버리고
좋은 마음그릇은 쓸 생각도 안하니 쓸 기회도 없고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꺼내 쓰기도 어색하고
그러다보니 쓰던 마음그릇이 내 성격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내가 좋아하는 스님을 뵈었습니다
내가 가진 가장 좋은 마음그릇들을 꺼내 보여드렸습니다
그러나 그 스님께서 가지고 계신 마음그릇은 엿볼 수 없었습니다
허공을 대한 듯, 공기를 대한 듯, 투명할 뿐입니다
좋고 나쁨의 분별이 끊어진 스님은 고요한 미소만 보이십니다
깊은 바다가, 부동不動의 대지가, 드넓은 우주가 느껴질 뿐입니다
-원성스님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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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마음이란
글쓴이 : 님의 향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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